* 영화 2부 후반부 날조. 짧습니다.

혼란한 별들이 선보이는 불규칙한 역동이 모니터를 가득 채운다. 휴식 시간에 밤하늘을 올려다봤던 적은 몇 번 있었으나, 부러 의식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분명한 규칙성을 지닌 모습이었다.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지는, 여태 규명되지 않은 혼돈과 같은 광경은 결단코 단 한 번도 목도했던 적이 없다. 돌연히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놓인 레인 에임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함정인가?」
기만술도 쓸 줄 아는 놈들이었나. 이런 방식으로 시선을 어지럽혀 주도권을 빼앗으려 하다니. 비겁하다고 생각하던 순간 고밀도로 응축된 미지가 레인의 인식 체계에 균열을 내고, 예리한 침입을 신호탄으로 삼아 이내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상한 감각을 감지했을 때엔 이미 늦은 뒤였다.
레인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구기며 심장 부근을 잡고 몸을 웅크렸다. 자신의 것이 아닌 감정이 내면을 침식하고, 점령지를 발견한 적군처럼 강제로 점령하려 든다. 분노, 증오, 절규하며 무어라 호소하는 괴로움…… 적의 감정인가!
「적의 감정 따위 알고 싶지 않아! 내 안으로 들어오지 마!」
힘겹게 고개를 들자 모니터 너머로 크시 건담이 보인다. 공격을 재개하려던 레인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시야가 전환되며 영화 한 편이 상영되듯 누군가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차에 탄 어린 남자. 차에서 뛰쳐나와 반대편으로 달려가는 어린 여자. 거대 소행성으로부터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찬란한 빛. 격추당하는 하얀 기체. 이 전장에서 별이 되어 흩어진 무수한 전사들이 남긴 외침. 그 모든 역사의 집합체가 레인의 정신을 교란한다.
「고작 환각일 뿐이다. 기만술 따위에 지지 않아…….」
어느새 레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생리적인 고통에 의한 눈물인지, 적의 마음과 동화되어 흐르는 눈물인지 불분명하나, 분명한 사실은 레인 또한 하사웨이 노아가 바라보는 우주를 함께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달라. 그저 파일럿으로만 머물 순 없어. 지구는 인간의 에고를 전부 감당할 정도로 거대하지 않아. 지금 당장 우민들에게 지혜를 증명해 봐. 그 이름을 부르지 마! 적이 내지르는 사념이 레인의 마음을 파고든다.
「나를 누구로 착각하는 거냐!」
적이 절박하게 분출하는 사념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말은 공허하게 소멸할 뿐인 이 불합리한 우주를, 레인은 당장이라도 깨뜨리고 싶었다.
「나는 레인 에임이야. 나는 네놈이 바라보는 그 사람이 아니야. 나는……」
검은 바이저를 쓴 존재가 빔 사벨로 레인의 심장을 서서히 관통한다. 분노. 증오. 원망. 죄악감. 절망. 고통. 부서지는 격통. 0093. 그날의 일을 잘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던, 탄탄대로를 걸어온 엘리트 군인이 감당할 수 없는 우주가 레인 에임을 짓누른다. 그만둬. 알고 싶지 않았어. 그만해. 제발. 그만…… 온 힘을 다해 뻗은 손은 허공을 휘저을 뿐이다. 시야가 점멸한다. 완전히 의식을 잃기 직전 누구의 것인지 불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는 알아야 하는 것도 있어. 외면해선 안 되는 비극이 있어.
그 한 마디를 끝으로, 레인 에임의 세상은 암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