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a 결말 if 설정 날조
* 주의 : 일부 잔인한 묘사가 나옵니다

탄생과 소멸의 순환을 내내 반복하는 별, 이 순간에도 중력에 구속된 혼이 새로 태어나는, 그 수많은 혼에 의해 공멸하는 행성으로 격하된 인류의 고향…… 지구가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고 거대한 염원에 서서히 안긴다.
한때 모든 인간이 최초로 마주했던 시작점, 푸르고 광활한 근원지를 둘러싼 것은 태아의 의지가 담긴 빛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 푸른 별이 낳은 태아이자 자식이었다. 비록 신체와 의식이 속박되어 잔혹한 역사의 궤도에서 내내 헛돌게 되었지만…….
이내 공명의 막이 열린다. 분명 너와 나는 진솔한 소통을 나누어야 했으나, 그 시점이 지금이어서는 안 됐다고 고요히 탄식했다. 아무로 레이. 넌 이제부터 차마 두 눈으로 보기 힘든, 끔찍한 광경이 영상으로 구체화된 사념을 목도하게 될 거다. 어쩌면 그것이 네가 원하던 결과였을까.
***
한낱 인간은 감히 종착점을 가늠할 수 없는 공간, 광대한 가능성이 무한히 널린 우주에, '샤아 아즈나블'을 구성하던 물질들이 넓게 흩날린다.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그 형체의 무리는, 이젠 나 자신으로 인식되지 않는 조각에 불과하다.
언젠가부터 너의 손에 가장 참혹한 형태로 절멸되는 꿈을 꾸었다. 너는 뉴 건담의 모습으로, 혹은 본래의 모습으로 현현하여 현실과 같은, 어쩌면 현실보다 더 생생한 고통을 내게 끊임없이 안겨 주었다. 뉴 건담의 손안에서 몸이 바스러져 본연으로 환원되는 감각, 신체가 빔 사벨에 천천히 지져지는 감각, 콕핏이 강하게 일그러지다 끝내 부서지며 혼연일체가 되어 으스러지는 감각…… 정신을 모조리 망가뜨리는 것들을 매일 밤 받아내야 했다. 대학살을 저지르려는 자의 무의식이 꿈이라는 세계를 구현하여 행하는 속죄라 여겼다. 너에게 몇 번이고 처절한 호소를 전해도 너는 내게 말 한마디 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처참한 처벌의 기록이, 뇌리에 깊이 각인된 장면들이, 뼈마디 하나하나를 넘어 세포 단위로, 그것조차 넘어 원자 단위로 새겨진 고통이 재현되려 한다.
***
온몸을 산산이 무너뜨리는 격통이 돌격해 온다. 낮게 긁히는 절규가 공명하는 빛의 내부를 절절히 울린다. 따뜻한 소망으로 반짝이던 색채는 빠르게 걷혀 가고, 어둡고 불길한 색이 위협적으로 공백을 채우기 시작한다.
이것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증오다. 내게 흘러들어오는, 나를 단죄하고자 했던 아무로 레이의 의지와 희열감을 느낀 순간, 침전한 감정이 폭주하듯 솟아올라 극대화된 것이다. 네가 행하는 징벌을 내심 원했으면서도 막상 그 의지를 감각하자 증오에 휩싸이는 스스로의 모순을 견딜 수 없다.
더는 네 존재를 견딜 수 없다.
아무로 레이.
「마지막까지도 너는…… 너만 없었다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축적되어 왔던 상실감과 열등감, 광막한 원망과 허무감이 혼돈의 소용돌이로 변하여 거세게 휘몰아친다.
「너를 내 손으로 종결짓고 싶다.」
형형한 연하늘색 눈이 네가 있는 지점을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