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무샤아

종말

 

 

 

* cca 결말 날조

* 주의 : 폭력 및 유혈

 

 

 

 

 

 

 

 광막한 어둠이 눈앞에 펼쳐진다. 순간, 산화한 영혼이 우주의 종말에 다다른 것이라 착각했다. 억겁의 시간을 지나 우주 끝에 도달하면 번성하는 생명과 타오르는 별들, 광활하게 넘실거리는 무한한 가능성…… 이 모든 것들이 한 점으로 수렴하여, 서늘한 허무만이 그 자리에서 영원히 숨을 죽이게 되리라. 진득하고도 거대한 공허감이 피부를 뚫고 체내로 파고든다. 중력은 없으나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무겁게 온몸을 휘감는 감각이 느껴진다. 무작정 나아가던 도중 여긴 우주의 최후를 닮은, 누군가의 심상 세계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 공간의 주인은 오랜 세월 동안 공백에 파묻힌 혼을 떨며 살아갔으리라.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책임과 대의로 빈 곳을 채워 나가는 일을 반복하며…….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인류의 염원으로 빛나는 사이코 프레임과 열기로 붉게 물든 ms의 내부 광경이다. 사이코 프레임에 의한 공명 현상이, 액시즈라는 재앙에 콕핏째로 박혀 자멸한 샤아의 심상 공간으로 내 의지를 이끈 것이다. 홀린 듯 정면을 바라보고 직진하면, 저만치에 쓰러진 샤아의 모습이 흐릿하게 상에 맺히다 점차 선명해진다. 그 형체를 발견하자마자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아주 예전부터, 너는 견고히 쌓아 올린 이성을 단숨에 박탈하는 존재였다. 

너를 마주하면 속절없이 치솟는 불길에 사로잡혀 싸울 수밖엔 없게 되었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차라리 내 손으로 파괴하기를 원하게 된다……

 

 

 

 

***

 

 

 

 산산조각난 헬멧과 노멀 슈트를 던지듯이 벗기고선 일격을 날렸다. 저항하려던 두 팔이 힘없이 아래로 떨궈진다. 몇 번이고 목을 조르며 타격하길 반복하다 온통 피투성이로 변한 샤아의 형상을 문득 자각하고 손을 놓았다. 코발트빛 지구를 닮은 눈동자에 허무와 원망이 서려 있다. 더욱 깊이 파고들면 저 푸른 동공에 물든 것은 원망 뒤의 안도감…… 무엇을 안도하고 있나. 역시 너도 죄악을 범하는 스스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거야. 광기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총체적인 형태의 착오¹ 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네 앞에 설 때마다 줄곧 그 사실을 되새겨야만 했던 나와 같이…….

 

 

 

 타인의 죽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 사람이 사람을 벌할 수는 없다고! 사실 너도 알고 있었잖아, 왜 그런 짓을 했던 거야! 

 ……아무로, 정말 모르겠나? 전쟁을 멈추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너와 제대로 결판을,

 

 

 

 힘겹게 입을 연 샤아의 말은 또 한 번의 일격에 막혀 완성되지 못했다. 이 심상 세계의 내핵에 고유한 빛을 방출하는 다른 것이 있다는 직감을, 격렬히 외면한다. 제발 내가 너를 온전히 부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 불가해한 존재이지만 끝내 이해하고야 만다. 극단으로 치달은 순수성은 재난이 된다. 너는 이 외로운 세계에 자신을 은폐하여 웅장한 재해로 부활한 것이다. 그렇기에 용서하지도 배척하지도 못한 채 붙드는 행위밖엔 선택지가 없다. 서서히 부서지며 소멸해 가는 몸을 절실히 움켜쥐며, 이런 모순된 감정을 남겨 두고 사라지지 말라는 저주를 되뇌었다.

 

 

 

 샤아, 소멸을 바라고 있지? 

 아버지 지온의 부르심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둘 순 없어!

 결국 나를 죽인 것은 너야, 아무로 레이.

 

 

 

샤아의 마지막 손길이 한쪽 볼을 쓸어내린다. 닿는 지점마다 피어오르는 온기는 여즉 생생하다.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샤아!

 

 

 종국에 외친 이름은 기어이 네게 닿지 못했다. 너는 어째서 영영 각인될 불가해성만을 남기고 흩어지는가. 한 인간을 향한 살의에 온 정신이 몰수된 나날이었다. 마침내 자기파괴로 휘몰아치던 날개를 끊어내어 추락시켰지만, 죄 많은 저 생명이 하늘에 목숨을 헌납하는 순간까지도 건재한 심상의 원형에, 거친 해일처럼 몰려드는 처절한 심정에 집어삼켜지고 만다. 

 

 

 

 

너를 무너뜨리는 존재는 내가 되어야만 했다.

네가 아니라.

 

네가 증발한 후에야 허물어지는 우주의 종말 한가운데서 나는 무력하다.

 

 

 

 

 

¹)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아무샤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멸  (0) 2025.06.19
혜성  (0) 2025.06.08
섬광  (6) 2025.06.02
공명  (2) 2025.05.29